4년 전 그날, 그리고 남겨진 질문
이태원 참사 4주기, 160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보험과 보상이 어디까지 닿았는지 다시 살펴봅니다
1. 그날 밤, TV 앞에서
2022년 10월 29일 밤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무심코 TV를 켰는데 "하룻밤 사이에 200명 가까운 사상자"라는 자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해외 뉴스를 잘못 튼 건가 싶어 채널을 다시 확인했을 정도로 당황했습니다.
이후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었고,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말을 잃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핼러윈이 다가오자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요즘은 언론에서도 핼러윈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분위기이고, 안전불감증 이야기와 함께 여러 정치적 해석도 오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논쟁을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직업적으로 관심을 두는 보험과 보상의 관점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무엇이 지급됐고 지금은 문제가 없는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2. 숫자로 보는 4년, 159명에서 160명으로
참사 직후 공식 집계는 사망 156명, 부상 197명이었고, 이후 사망자는 159명으로 정리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가 트라우마를 겪다 숨진 상인이 희생자로 인정되면서 희생자는 160명이 됐습니다. 4주기를 맞아 정부 공식 기억식이 열렸고, 진상규명을 맡은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2027년 9월까지 연장된 상태입니다.
희생자 가운데 외국인이 26명이었고, 사망자 대부분이 20대 안팎이었다는 점이 이후 보험 이야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3. 그날 개인보험은 어떻게 작동했을까
참사 직후 보험업계 설명은 이랬습니다. 개인이 가입한 보험이 있다면 생명보험은 재해사망보험금, 손해보험은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압사로 인한 사망은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해 재해 보장 대상이 된다는 해석이었습니다.
금융당국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참사 이틀 뒤부터 신속보상센터를 운영했습니다. 보험사는 사망자 인적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하고, 가입 내역은 금융감독원 '파인'이나 '내 보험 찾아줌'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문제는 가입률이었습니다. 당시 보도에서도 희생자 대부분이 10~20대여서 사적 보험 가입 비중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20대의 생명보험·손해보험 가입률은 전체 연령층보다 낮은 편이었습니다. 보험이 제 역할을 하려면 가입이 전제인데, 가장 젊은 세대는 그 안전망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4. 공적 보험은 닿지 못했던 자리
더 아프게 다가온 대목은 공적 보험입니다. 지자체가 주민을 자동 가입시키는 시민안전보험은 당시 보장 항목에 '압사'가 없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자연재해 사망, 화재, 폭발, 붕괴, 대중교통, 스쿨존 등을 보장했지만 인파 사고는 목록에 없었고, 보험사들은 압사가 흔치 않아 보험요율 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공공시설 사고를 보상하는 영조물배상책임보험도 사고 장소가 일반 도로가 아닌 골목길이라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후 제도는 바뀌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부터 시민안전보험에 '사회재난 사망 특약'을 신설해 다중밀집 인파 사고도 사고 종류나 책임 주체를 구분하지 않고 보상하도록 했습니다. 참사가 남긴 가장 직접적인 제도 변화 중 하나입니다.
5. 정부 지원과 보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시 정부는 재난지원금 성격으로 사망자에게 장례비 최대 1,500만 원과 위로금 성격의 구호금 2,000만 원, 부상자에게 장애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 지원금이 국가배상과는 별개이며, 수령하더라도 이후 민·형사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돈은 보험금이 아니라 법에 근거한 재난지원금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6. 그렇다면 지금은 문제가 없을까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보험사가 이태원 참사 사망 건의 지급을 대규모로 거부했다는 보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개인보험으로 실제 얼마가 지급됐는지에 대한 공개 집계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보도로 확인되는 과제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영역 | 보도로 확인되는 내용 |
|---|---|
| 시민안전보험 지역 편차 | 특약 신설 이후에도 2024년 기준 32개 지자체가 사회재난 사망 항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국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됨 |
| 피해자 인정 | 지난해 4월 이후 신규 피해자 인정 신청 560명 중 169명(30.2%)이 인정받지 못함. 구조에 참여한 시민·상인은 시간이 지나 피해 입증이 어렵다는 지적 |
| 장기 치료 지원 | 2024년 9월 기준 정부 의료비 지원 대상 330명, 70명은 추가 지원을 희망. 지원은 6개월 단위였고 이후 심사를 거쳐 연장 |
시민안전보험 항목은 보도 이후 바뀌었을 수 있으니, 아래 체크리스트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7. 지금 우리가 확인해 둘 것
보험이 슬픔을 달래주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남겨진 사람이 금전적 어려움까지 겪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 둘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 점검 항목 | 방법 |
|---|---|
| 내 보험 가입 내역 | '파인', '내보험 찾아줌'에서 재해사망·상해사망 보장 여부 조회 |
| 자녀·가족 보험 | 20대 자녀나 가족이 상해·재해 보장에 빠져 있지 않은지, 수익자가 누구인지 확인 |
| 거주지 시민안전보험 | 내가 사는 지자체가 '사회재난 사망' 항목을 포함하는지 지자체에 문의 |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시는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하며 안전관리 인력과 AI 감지 CCTV로 인파 밀집을 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장 확실한 안전은 좁은 골목처럼 한쪽으로 인파가 쏠리는 곳을 피하고, 밀집이 느껴지면 일찍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마무리 | 기억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그날 TV 앞에서 느꼈던 당혹감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60명의 이름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자식이고 친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보험금이 지급됐는지를 따지는 일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일과 남겨진 사람들이 홀로 버티지 않게 하는 일이 모두 기억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 본 글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보험 약관과 시민안전보험 보장 항목은 변경될 수 있으니 가입 전·청구 전 보험사와 해당 지자체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법률·금융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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